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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원』 작가 소개, 줄거리, 문학적 평가

by 달컨 2025. 4. 25.

 

살아남은 자의 이야기, 그리고 삶의 온기

모두가 한 목소리로 "살아남아서 다행이야"라고 말할 때, 정작 그녀는 묻고 싶었다. "왜 나만 살아남았을까?" 백온유 작가의 장편소설 『유원』은 끔찍한 사고 속 유일한 생존자인 열일곱 소녀 '유원'이 삶의 이유를 되찾아가는 여정을 담고 있다. 가해도 피해도 아닌 모호한 자리에 선 채, 그럼에도 살아야만 했던 소녀의 내면을 섬세하게 그려낸 이 소설은 우리 모두가 외면했던 질문을 마주하게 만든다.

✍️ 작가 소개 — 백온유

백온유는 1990년 서울에서 태어난 소설가로, 2020년 제11회 창비청소년문학상을 수상하며 본격적인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데뷔작 『유원』은 청소년문학의 새로운 지평을 연 작품으로 주목받았으며, 이후 발표한 작품들 또한 진실하고 따뜻한 시선으로 사회적 문제와 개인의 상처를 조명한다. 삶과 사람을 대하는 진중한 태도, 상처 입은 존재에 대한 깊은 공감이 그녀의 작품 전반에 흐르고 있으며, 한국 문단 내에서 차세대 문학의 유망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 줄거리 — 유원의 질문들

『유원』은 다세대주택 5층에서 발생한 화재로부터 시작된다. 불길이 번지는 와중, 언니가 동생을 감싸 안고 뛰어내린다. 언니는 숨지고, 동생 유원은 기적적으로 살아남는다. 이 참담한 사건은 전국적인 뉴스가 되고, 사람들은 유원을 '기적의 생존자', '용감한 언니의 동생'이라 불렀다.

그러나 정작 유원은 누구보다 그날의 기억에 사로잡혀 있다. 언니의 희생이 당연하게 소비되는 상황, 그 희생 덕분에 살아남은 자신에게 쏟아지는 시선, 그리고 그 모든 것을 감당해야 하는 자신의 무게. 사람들은 그녀의 상처를 꿰뚫지 못하고 '다 괜찮아질 거야', '그래도 살아서 다행이야'라는 말로 덮어버린다.

학교에서는 여전히 평범하게 일상이 흘러가지만, 유원의 내면은 균열로 가득하다. 언니의 친구였던 정연, 학급 친구 수연, 따뜻한 담임 선생님, 그리고 때로는 무심한 어른들의 말 속에서 유원은 끊임없이 자신에게 묻는다. “나는 왜 살아남았을까?”, “이 삶은 내 것일까?” 그리고 “언니가 정말 나를 원했을까?”

그 질문들은 유원을 짓누르지만, 동시에 앞으로 나아가게 만든다. 유원은 끝내 언니의 죽음을 단지 ‘사고’로 넘기지 않기 위해, 그날의 진실을 마주하기 위한 작은 용기를 낸다. 그 길 위에서 유원은 조금씩, 아주 조금씩 ‘자기 자신’을 회복해 나간다.

💭 문학적 평가

『유원』은 단순히 사고 후의 회복을 그리는 청소년 소설에 머물지 않는다. 오히려 그것은 살아남은 자가 마주해야 할 죄책감, 사회가 요구하는 역할, 그리고 진정한 자기 회복의 과정을 정면으로 그려내는 작품이다. 이 작품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문학적 가치가 깊이 평가받는다.

1. '기적'의 양면을 통찰하는 시선

대중은 유원의 생존을 '기적'이라 칭하지만, 작가는 이 기적이 개인에게 얼마나 무거운 짐이 될 수 있는지를 예리하게 짚는다. “너는 살아남았으니 행복해야 해”라는 암묵적인 강요, 그리고 그 강요 속에서 스스로를 잃어가는 주인공의 모습은 우리가 얼마나 무심하게 타인의 고통을 소비하는지 반성하게 만든다.

2. 인물의 입체성과 내면 묘사

유원이라는 캐릭터는 단순한 피해자가 아니다. 죄책감과 혼란, 분노와 슬픔, 그리고 희망 사이에서 복잡한 감정을 오가며 성장해 나간다. 작가는 그 내면을 단순한 설명이 아닌, 촘촘한 심리 묘사와 주변 인물과의 관계를 통해 드러낸다. 특히 정연과의 관계는 언니를 잃은 두 사람 사이의 미묘한 감정선이 교차하며 소설에 긴장과 깊이를 더한다.

3. 사회적 시선에 대한 비판적 담론

『유원』은 청소년 문학이라는 장르 안에서 '서사적 윤리'라는 중요한 화두를 던진다. 우리는 얼마나 자주 누군가의 이야기를 편리하게 소비하는가? 누군가의 상처를 '미담'으로 소비하며, 그 상처의 주인을 침묵시키고 있지는 않은가? 작가는 사회의 시선으로부터 도망치지 않고, 오히려 그것을 정면으로 응시하게 만든다.

4. 서사적 구조와 문장력

백온유의 문장은 간결하면서도 시적이다. 불필요한 수사를 배제하고, 말보다 침묵이 더 많은 진실을 말할 수 있다는 사실을 독자에게 체험하게 한다. 또한 플롯의 전개는 느릿하지만, 그 느림 속에서 진심이 묻어난다. 유원이 던지는 한 마디, 사소한 일상의 묘사 하나에도 고요한 감동이 스며 있다.

📚 결론 — 우리가 놓쳤던 이야기

『유원』은 지금 이 순간에도 살아내기 위해 애쓰고 있는 모든 ‘유원들’을 위한 이야기다. 세상이 ‘기적’이라 칭하는 일에도, 그 안에는 설명되지 않은 고통과 침묵이 있다는 것을 백온유는 조용하지만 단호하게 말한다.

청소년 소설로 분류되지만, 어른들이 읽어야 할 책이다. 타인의 아픔을 쉽게 정의내리지 않기 위해, 그리고 누군가의 생존을 축복하기 전에 그 생존이 어떤 의미였는지를 함께 물어보기 위해서.

추천 독자:

  • 타인의 고통을 이해하고 싶었던 사람
  • 상실의 감정을 겪고 있는 사람
  • “살아남는 것”의 의미를 다시 묻고 싶은 사람
  • 조용한 울림을 주는 문학을 찾는 독자
읽고 나면,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그 아이는 살아남은 게 아니라, 살아내고 있었다."